첫째, 이론이나 역사적 사례를 충분히 염두에 두면 정책의 파급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

정책이 막연한 감각이나 자기 지식에 의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지성이나

논리, 그리고 합리를 존중하는 경향이 조금 옅은 편이다.

따라서 “이게 옳은 것 같다”거나 “이게 더 도덕적이다”라는 식의 근거에 바탕을 둔

정책들이 자주 실시된다. 선진화는 이성과 논리, 그리고 합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뜻한다.

...

경제정책의 선진화는 축적된 경제이론과 실증연구, 그리고 역사적 사례에 바탕을 두면 된다.

이론이나 사례가 주는 효과는 예측 가능성을 현저하게 높여준다는 점이다. 정책은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실험을 하는 것을 뜻한다. 이런 실험이 이뤄지기 전에 정책효과는

엄정한 이론과 사례를 통해 사전에 검증받아야 한다.

둘째, 당위보다 현실에 집중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사람은 나름대로 도덕적인 판단을 한다.

경제는 마땅히 이러해야 한다거나 저러해야 한다는 등과 같은 판단이 지나치게 정책에

반영되면 실용적인 정책보다는 이념적인 정책이 나온다.

이념적인 경향이 강한 경제정책은 필연적으로 부작용을 낳게 된다. 당위를 염두에 둬야

하지만 더욱더 중요한 것은 현실이다. 실제로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리고 경제 주체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염두에 두지 않는 정책은 큰 비용 지불로 끝나게 된다.

셋째, 지적 자만이 지배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선의를 가진 사람들은 자칫 도덕적인 판단과

행동에 치우칠 수 있다. 선과 악으로 경제문제를 판단하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정부 개입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세월이 갈수록 깨우치는 진실은 수많은 사람들의 교환망으로 구성되는 시장에 대한 개입은

가능한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점진적이어야 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제가 잘 모릅니다”라는 지적 겸손은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경제주체들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하면 된다는 결론으로 연결된다.

끝으로 정책의 오류 가능성에 항상 문을 열어둬야 한다. ‘잘못됐다’는 판단이 서면 즉시 수정할 수 있는 지

혜와 용기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신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정책도 실수할 수 있다. 문

제는 신속히 고칠 수 있는가이다.
-출처: [농민신문], 2018.8.8.
https://www.nongmin.com/opinion/OPP/SWE/ECO/296150/view

----------------

공병호의 지적 산물
[무기가 되는 독서], 미래의 창, 2018
[크리스천의 자기경영], 21세기북스, 2018
[불안한 평화], 21세기북스, 2018
[다시 쓰는 자기경영노트], 21세기북스, 2017
[3년 후 한국은 없다], 21세기북스, 2016

 

책.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