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지 : 기독교연합신문       기재일 : 2014-03-04  

 

  ‘캔 두 정신’만으론 한계 … 신앙은 자기경영의 주춧돌 이름난 경제전문가 공병호의 회심

해마다 여러 신문사와 협회로부터 ‘경영대가’의 상위에 링크되고, ‘한국을 대표하는
명강사’의 대상을 수상했으며, ‘가장 만나고 싶은 전문가’ 1위로 뽑혀온
공병호경영연구소의 공병호 소장.

지금까지 저술한 107권의 자기계발서와 경제관련서를 통해 ‘위 캔 두 잇(We can do it)’
을 외치며 성공을 역설해왔던 그가 이제 ‘영성’을 말하기 시작했다. 그의 108번째 책은,
뜻밖에도 ‘공병호의 성경공부’. 2년 전에 기독교인으로 회심한 그는, 성경을 파고들고,
설교말씀에 빠져 살며, 매일 새로운 기도의 체험에 환호하고 있다.

고작 2년 믿어서? 글쎄, 그는 감히 이렇게 말한다. ‘나중 된 자가 먼저 될 자가 많다’
는 말씀이 있지 않느냐고, 신앙은 근속연수와는 별로 상관없는 것 같다고. 어린 시절,
통영 고향 집에서 불과 50m 떨어진 ‘예배당’에 오기까지 50년이 걸렸다는 그의 회심
이야기를 따라 가보자.
어느날 설교가 들렸다
시작은 단순했다. 어느 날 오후, 아내는 설교를 틀어놓고 채소를 다듬고 있었다.
얼마 전부터 아내는 새벽기도회를 나가기 시작했다. 아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어머니가
되고 싶었단다. 그날 그 설교가 공병호 소장의 귀에 꽂혔다. 어쩌다 교회에 가본 적은
있었지만, 설교가 들린 적은 없었다. 이날은 달랐다. 때가 되었을까?

“그전까지는 ‘캔 두’ 정신을 전파했죠. 자기계발을 통해 성공에 이를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런데 나이 50이 되면서 진리에 대한 갈급함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철학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플라톤과 소크라테스 철학에 관한 책도 여러 권 냈습니다.
그런데 공부할수록 느껴지는 건, 철학은 좋은 이론일 수 있지만 ‘솔루션’은 아니란
것이죠. 그런 가공된 이야기에 내 인생을 걸 수 없다는 결론을 빨리 내렸죠.”

그때부터 융단폭격식으로 성경을 읽었다. 한국의 유명한 목회자들의 설교를 스마트폰에
링크시켜서 틈만 나면 경청했다. 수십번, 헤아릴 수 없이 성경을 읽고 듣다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말씀을 체험했다. 비로소, 무엇이든지 자기 힘으로 할 수
있다는 자기계발의 멍에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진정한 평화였다.

“사도 바울이 많이 공감이 갔어요. 저도 굉장히 격정적인 스타일이거든요. 사도 바울이
처음에 엄격한 율법주의적인 삶에 자신을 가두어 살다가 그리스도를 통해 참된 자유를
얻었던 것처럼 저도 자기 경영에 대한 컨셉을 만들어서 제 약점을 보완하려고 했던 것이죠.
그리고 그 과정과 결실을 책으로 써서 사실 많은 성공도 거뒀지요. 그런데 거기까지였습니다.
영성이 없는 지성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채울 수 없는 공허가 있어요.”
나는 죄인입니다
그전까지는 나름대로 겸손하게 살아왔지만 죄에 대한 의식이 없었다. 진정한 의미에서
감사라는 것도 몰랐다. 그러나 이제는 스스럼없이 고백한다. 나는 죄인이라고. 그리고
외친다.

“국민소득이 2만불 된다고 행복해지겠습니까? 인간이 스스로 욕망을 조절한다고요?
그게 됩니까? 매일매일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의 피로 내 연약함을 씻는 과정이 없이
내 힘만으로 산다는 것은 너무 벅찬 인생입니다.”

좀 당황스럽다. 핸들을 틀어도 너무 튼 것 같이 보인다. 그에겐 합리주의, 이성주의,
논리주의란 말이 어울렸다. 자기계발을 통해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는
철학 전도사였는데, 이제 갑자기 거기다가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를 넣겠다고
한다. 그러면 지금까지 나온 그의 107권의 저작들은 ‘배설물’인가?

“배설물이긴 하지요. 그러나 쓸 수 있는 배설물입니다. 신앙은 자기 경영의 주춧돌
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가장 튼실한 머릿돌을 까는 것이 신앙이지요. 목사님도 자기계발서를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죠. 인생에서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을 하나님을 통해서 보충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신앙과 자기경영
또는 자기계발은 전혀 상반된 게 아니예요. 오히려 신앙을 통해서 균형을 이루고 완전해지는
것이죠.”
기도는 황홀하다
실제로 그는 회심 후 전혀 새로운 ‘체험’들을 경험했다. 그것은 기도의 세계, 전혀
신세계였다. 평생 새벽 3시 30분에 기상해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써온 공병호 소장.
낮에 비해 몇 배로 효율이 높은 황금 같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제 그 시간을 하나님께
‘투자’한다. 그건 그에게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이제는 새벽에 눈을 뜨면 간단히 씻고
‘골방’으로 들어간다. 불을 끈다. 가부좌를 한다. 최소 30분-50분을 기도한다.

“새벽마다 기도하면서 새로운 체험을 합니다. 하나님을 만나는 시간이 너무 즐거워요.
비쥬얼하게 볼 수 있는 것도 있고, 하나님과 대화하는 기쁨도 있지요. 하나님을 찬양하고,
내 부족함을 고백하고, 그러다 보면 또 감사할 일이 너무 많죠. 그래서 새벽에 많이 웁니다.”

새벽기도 뿐만 아니다. ‘수시기도’에도 맛 들렸다. 강연을 다니는 이동 중에도 귀를
막아 소음을 차단하고 기도에 빠진다. 예전 같으면 피곤해서 졸 시간도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하나님을 만난다. 그렇게 기도하면, 바빠서 잠을 2시간밖에 못잔 날도 아침에
거뜬하다.

“기도는 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투자입니다. 전 남으니까 합니다. 안 남으면
안해요. 기도처럼 좋은 게 없어요, 전 기도시간이 너무 기다려집니다.”

맞다. 그는 경제전문가다. 경제란 뭔가. 투박하게 표현해서 이윤을 남기는 것 아닌가.
경제적으로 남아야 재미있는데, 기독교 신앙은 ‘남는 장사’다. 이 남는 장사를 혼자만
할 리가 없다. 어느 날, 두 아들을 불러다 앉히고 선포했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부와 생명과 재물로 가는 길”이니, 다 하나님을 믿자는 말에 아들들도 오케이! 본질을
파악하면 결단이 빠른 것도 이 집 내림이다.


성경은 러브레터다
“아이들이 중요한 일이 있으면 제게 기도를 부탁하는데, 그것도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죠.
저는 그러면 그 중요한 일이 있는 장소를 구글을 통해서 찾아가 봅니다. 그 건물, 미팅
장소를 보면서, 내용들을 짚어가면서 기도하죠. 그 기도의 과정이 행복하고 그 응답이
놀라워요.”

‘자기계발을 통한 성공’을 주창해왔지만 정작 그런 세상 이야기를 늘어놓는 설교는
별로다. 처음엔 좋았다. 그러나 요즘은 성경말씀에 깊이 천착하는 설교에 끌린다. 세상의
어떤 책이 100번, 200번 듣고 읽어도 또 재미있을 수 있을까. 만약 누군가가 성경을 읽고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건 성경을 ‘러브레터’로 읽지 않은 까닭이다.

기업가 정신으로 중무장하고, 조직의 정점까지 치닫는 것에만 인생의 가치를 걸며, 모든
화력을 집중해서 목표물을 획득하는 삶을 살아왔던 ‘나’는 이제 그에게 없다. 이젠
가방을 들고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사람들을 보며 사색하는 삶이 좋아졌다. 나를 찾아오신
하나님을 묵상하다 보면 뜨거워지는 가슴.

‘캔 두 정신’으로 승승장구하는 삶을 살지 못하고 있는 내 옆의 소시민들의 인생이,
그 애환이, 가슴 절절히 다가온다. 예전 같으면 못나 보였을 그들이, 이젠 사랑스럽다.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 그는, 확실히 변했다.

[이성원 기자]